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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of ive”

“찬란한 계절을 맞이하는 두 사람을 위해”

1. May I flow ~er? – 당신에게 꽃처럼 흘러가도 될까요?

Q.
May I라는 정중함과 flow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담긴 메이아이플라워의 메시지가 참 아름답고, 궁금증을 자아내요. 조용히 다가와 마음을 묻는 듯합니다. 작가님께선 늘 먼저 질문을 건네는 쪽이셨잖아요. 반대로 누군가가 꽃처럼 다가왔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어떤 감정과 대화가 오갔는지 궁금해요.

A.
질문이 추상적이기도 해서 저는 이 질문을 사랑으로 읽어보았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장 연한 부분을 내어보이는 일’이 사랑이라는 동력과 함께 수반되는 것 같고, 그러한 점을 꽃처럼 다가온다(다가간다)라고 일컬을 수 있지 싶어요. 저는 결혼생활을 한 지 벌써 8년 차에 접어드는데요, 약하고 연한 부분을 내어보이는 일에는 용기와 성숙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쩌면 인생 안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평생 조금씩은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매우 내밀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아름답다고 여기고요. May I ~? 라는 물음의 정중함처럼 꽃과 생을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력이 필요하지만요ㅎ)


2. 간결함이 전하는 것들

Q.
“간결해질 때 아름다움의 층위가 생긴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중하고 깊은 이야기를 담을수록 오히려 단순하게 정리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꽃을 고르고 배치할 때, ‘간결함’을 결정짓는 작가님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간결함을 결정짓는 것은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말, 텍스트, 사진이나 그림 혹은 꽃 모두요. 불필요한 것들이 소거되어 있을 때 전하려는 것이 훨씬 선명해지고, 메시지에 힘이 실린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말하려는 바’가 있어야 무엇을 채택하고, 또 무엇을 소거할지 가늠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주로 웨딩 클라이언트를 위해 꽃을 다루기 때문에 이 꽃이 필요한 ‘장면’에 대해 알고 싶어해요. 콘셉트나 기획, 그리고 이 꽃과 어우러질 인물에 대한 내·외적 정보가 충분할 때 무엇을 덜어내면 좋을지, 보다 분명하게 선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동양화의 시선으로 바라본 꽃

Q.
작가님께서 동양화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업 속 과감하면서도 부드러운 선과 형태가 깊고 잔잔하게 다가와요. 꽃이 차곡차곡, 마치 시간의 한 송이 한 송이를 바라보는 듯합니다. 플로리스트가 된 지금, 동양화의 결이 작업 속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다고 느끼시나요?

A.
시간의 한 송이 한 송이라니 너무 멋진 표현이네요. 간결함에 대해 질문하신 부분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서양화는 좀 더 풍부하고 현실감 있는 반면, 동양화는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는 여백과 기운을 중요시 여겨요. 대부분의 플로리스트는 유럽이나 미국의 기법이나 스타일을 토대로 양성되는데, 저는 꽃을 다루는 최소한의 방법론을 제외하고는 저도 모르게 선과 여백의 관점으로 꽃들을 대할 때가 있는 것 같네요. 인공물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물 자체로 지닌 선들의 요소가 멋스러운 부분이 많아, 그 점들을 살려내고 싶고—너무 꽉꽉 채우지 않으려 하는 습관 같은 것들이 아마도 동양화의 결과 닿아 있다면 닿아 있지 싶습니다.


4. 꽃은 오마카세처럼, 제철 요리처럼

Q.
플라워 디렉팅을 ‘요리’나 ‘오마카세’에 비유하는 글을 읽었어요. 같은 재료라도 다루는 방식과 담기는 플레이트, 플레이팅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데요. 웨딩이라는 특별한 요리를 완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료와 감각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플라워 디렉팅을 요리 혹은 오마카세에 비유한 것은 그 프로세스가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에요. 딸기가 초봄에 가장 맛있고, 싱싱한 굴은 겨울에 먹어야 하는 것처럼—꽃의 세계에도 이치가 동일하게 작용해요. 벚꽃이 정말 아름다워서 부케에 사용하고 싶어도, 봄이 지나버리면 그 어디에서도 벚꽃은 구할 수 없거든요. 우리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오마카세 코스를 즐길 때처럼 ‘취향’이나 ‘불호’인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고 나면, 저는 해당 계절에 나오는 아름답고 싱싱한 꽃들을 선별하고 이 플레이팅을 위해 촬영 현장에서 저만의 페어링을 시도하기도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철 꽃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에요. 그 순간에 함께하는 모두가 이 계절과 순간을 즐기려는 마음이 동일할 때, 완성도의 측면에서 저 스스로도 클라이언트와 스태프들 모두에게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5. 함께하는 손들, 팀에 대하여

Q.
팀 플로리스트 세 분이 함께 작업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자의 스타일이 녹아들면서도 하나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과정이 궁금해지는데요. 서로의 손끝에서 나온 차이가 하나가 되었을 때 뜻밖의 발견이나 어떤 재미가 있었을까요? 함께라서 가능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함께 일하다 보면 내 작업에는 없던 새로운 색감이나 계절감을 동료에게서 배우게 되잖아요. 서로에게서 발견한, 가장 인상 깊은 배움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A.
메이아이플라워는 현재 저를 비롯해 하름 실장님, 도향 실장님 이렇게 3인이 팀을 이루고 있어요. 하름 실장님은 공간을 스타일링하는 인사이트가 뛰어나 플로럴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풀어내 요즘 신부님들의 니즈와 딱 맞는 강점을 지니고 있고요. 도향 실장님은 자연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는 안목으로 아트워크에 가까운 신선한 비주얼라이징에 정말 탁월해요. 수년째 함께 시간을 쌓으며 정말 많은 작업들을 해왔는데요, 서로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장점이 모두 달라요.

에피소드가 있다면—벤츠 마이바흐 VIP 행사의 플로럴 아트 작업이 있었는데요, 가장 바쁜 웨딩 성수기 시즌에 소화해내야 하던 일정이라 각자 웨딩 촬영 출장 일정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와서 정말 순식간에 셋업을 해야 할 때였어요. 차량이 배치되는 공간, 동선, 행사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어내는 하름 실장님과 ‘한 끗 다른 터치’를 위해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도향 실장님이 척하면 척! 하고 움직이는 호흡을 보며 감탄했던 적이 있어요. 이후로도 큰 본식 작업이나 화보 촬영처럼 특별한 시도들을 이어갈 때마다 팀원들은 기지를 발휘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안 되는 건 없다는 듯이요.

플로리스트에게 대형 작업은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중요하게 작용하는데요, 이들의 역량과 서로를 향한 배움의 자세가 팀 메이아이플라워의 든든한 울타리예요. 이 팀을 이끄는 대표라고 해서 꽃에 대한 제 역량이 이들보다 특별히 탁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보면서 겸손해지는 마음이 자주 들어요. 메이아이플라워가 인복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더 많은 좋은 기회가 팀원들에게 열렸으면 좋겠어요.


6. 영감을 위한 쉼, 그리고 영화

Q.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영감을 얻는다는 말에 너무 깊이 공감했어요.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도무지 떠오르지 않잖아요. 일을 완전히 내려두고 좋은 영화를 보며 그 여운을 곱씹는 시간을 즐기신다고요. 혹시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어떤 작품일까요?

A.
네,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렇지만 베스트를 뽑아야 하는 질문은 너무 어렵고 가혹해요..ㅎㅎ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품을 말해보자면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이라는 작품을 매우 좋아합니다. 대만 뉴웨이브 시절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미술도 상당히 섬세해서 지금 다시 봐도 시각적으로도 훌륭할 뿐더러, 인생과 시선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자꾸 돌이켜보고 곱씹게 되는 질문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특별히 스튜디오 작가님과의 인터뷰라서인지, 어쩌면 카메라를 선물받은 소년 양양이 먼저 떠올라서 고르게 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정말 권하고 싶은 영화예요.


7. 스튜디오 공간과 꽃의 조화

Q.
여러 다양한 공간에 꽃을 놓는 일은 그 공간의 흐름과 방향을 읽어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실제로 촬영 공간에서 작업하실 때, 어떤 포인트를 가장 먼저 읽어내시나요? 꽃이 공간을 보완하고 이야기를 더하게 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빛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보정의 감도가 스튜디오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정 장면에서 예정된 꽃이 쓰여야 한다면 미리 어떤 조명이 어떻게 셋팅될지 작가님과 의논하며 준비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호리존 스튜디오의 경우 어떤 가구가 쓰일지, 공간에 여러 요소가 있는 스튜디오일 경우에는 배색이나 인물의 포징 등을 모두 고려합니다.
웨딩 사진은 기본적으로 ‘인물’을 중심에 두기 때문에, 공간과 인물에 꽃이 더해질 때 이미지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매우 신경 쓰며 작업하게 되는 것 같아요.


8. 계절의 문장과 현재 계절

Q.
작가님의 글을 보면 “찬란한 계절을 맞이하는 두 사람을 위해”라는 문장으로 자주 끝맺음을 하시더라고요. 이 문장이 나온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마주했던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그리고 지금 작가님에게 닿아 있는 계절도 들려주세요.

A.
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분들을 만나기 때문에, 인생의 전체 흐름에서 이 시절은 저들에게 어떤 계절일지 물음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저마다의 이야기는 모두 다를 테지만, ‘결혼’이라는 인생의 찬란한 계절을 맞게 될 두 사람을 상상하면서 꽃들을 서브하려고 해요. 제게도 저의 결혼식이 인생의 찬란한 순간으로 남아 있고요. 지금 저에게 닿아 있는 계절은 ‘처서’쯤 아닐까 싶어요. 끓는 여름은 막 지나왔고, 한낮의 열기는 아직 남아 있지만 선선한 바람이 허용되는 시간도 이따금 찾아오는.


9. 언젠가 꼭 구현해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Q.
끝으로, 늘 누군가의 이미지를 완성해주는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반대로 작가님 스스로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자신만의 장면이나 이미지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A.
꽃을 경유해서라면,
텍스트를 꽃으로 / 꽃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다소 추상적이긴 한데요, 꽃이라는 물성은 시간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시들고 저물고 사그라듭니다. 그런 꽃의 유한성을 글로 꿰어내는 것에 대해 이따금 생각해보게 되고—또 반대로 어떠한 텍스트를 꽃이라는 물성으로 시각화해보는 작업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아요.
최근에는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조금 더 간결하게 다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메이아이플라워는 늘 조심스럽게 묻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May I? 라는 질문처럼, 꽃이 놓일 순간과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그다음에야 손을 움직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부케는 장식이 아니라, 두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맞이할 계절을 담은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이번 대화를 통해 우리는 메이아이플라워가 꽃을 대하는 태도와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꽃처럼 다가와, 정중하게 머무는 사랑의 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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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of ive 프로젝트에서는 함께한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티셔츠를 제작했습니다.
이 티셔츠는 메이아이플라워와 함께해 주신 분들께 현장에서 포토그래퍼의 선물로 전달해 드릴 예정입니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김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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